'실패는 나침반이다'는 이 시대의 불안한 저연차와 고연차 모두에게 '커리어 모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어느 50대 개발자의 회고록이다. 출판사 서평에도 나와있듯이 이 책은 무작정 성장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삶의 주인인 내가 어떻게 일을 바라보아야 하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말할 뿐이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 그때 이랬다면 어땠을까
1장 30년 만에 ‘나다움’을 고민하다
2장 장기적인 관점 연습하기
3장 더 적극적으로 질문했다면
4장 뒤돌아볼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
5장 언젠가 리더가 될 당신에게
6장 어떻게 30년 더 일할 것인가
한 문장과 챕터를 읽어 나갈수록, 작가가 전하는 깨달음과 조언들을 내 삶에 당장 적용해야겠다는 마음이 쏟아져 들어왔다. 일과 삶을 사랑하는 내가 이 '나침반'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인상 깊은 부분 / 액션 아이템 같은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프롤로그 : 그때 이랬다면 어땠을까
밑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해봐야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올라갈 힘이 생긴다. 인간관계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어야 한다고, 실패는 나침반이라고.
한기용 작가에 대해 조금만 알아봐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삼성전자, 야후, 유데미 등에서 커리어를 쌓은 사람이다. 이력만 보았을 땐 누구나 입 모아 말하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을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밑으로 떨어졌고, 어떤 실패를 겪었길래 이런 문장을 적었을까. 또 실패에 대한 성찰을 책으로까지 쓰게 되었을까.
희망은 있다. 50대 중반인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내 속도로 내 커리어를 이어가면 그만이다. 커리어는 생각보다 길다. 한 방에 해결될 수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어떤 새로운 도전을, 나다운 삶을 이어갈지 궁리하는 요즘이다.
책의 정체성을 간단히 엿볼 수 있는 문단이다. 내 속도로 내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 그리고 커리어는 생각보다 길다는 것, 즐거운 마음과 나다운 삶에 집중해야 오래오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
1장, 30년 만에 ‘나다움’을 고민하다
'중년의 위기', 오히려 좋다
회사에서 내가 크려면 남의 일을 빼앗아오는 수밖에 없었던 걸까. 공동의 성장이 아닌 나만의 이득을 챙기는 분위기가 생겼다. 회의를 하면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보단 각자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됐다.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17년간 이어온 내 커리어에 대한 방향성부터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 지금 미국에서 살게 된 경위 등등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처음 쉬기로 한 결정'이 내가 커리어에 관해했던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가 됐다.
작가는 1장에서 '중년의 위기'를 맞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한다. 한국 대기업 삼성 전자에서의 경험부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 야후 입사와 퇴사, 그리고 정리해고를 겪으며 휴식기를 가진 이유와 함께 '실패' 경험을 간단히 나눈다.
링크드인에서는 공백기를 소위 'Career Break'라고도 적어놓을 수 있는데 말 그대로 커리어를 쉬어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Career Break'가 쉽게 용인되지 않는 것 같다. 채용 면접에서는 공백기에 대해 무언가 증명해야 하는 문화가 있어서 진짜 '휴식'을 위한 공백기를 가졌다고 말하면 불이익이 주어질 것 같다. 그러나 작가는 실패 경험 이후 별다른 계획 없이 1년을 쉬었고, 이후 '처음 쉬기로 한 결정'이 가장 잘한 결정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휴식 이후 몇 가지 깨달음을 전달한다.
- 그동안 내가 내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 한국형 범생이로 자라며 부모님,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살아왔다는 것.
- 남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버릇이 있었고, 남들의 시선과 연봉에 연연해 외부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는 것.
- 함께 일했던 동료, 지인들의 연락을 받으며 '평판'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평판이란 그동안 내가 어떻게 결과를 내며 팀 협업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척도라는 것.
- 상처를 인지한 것.
'내가 그동안 남과 비교하며 나의 부족한 부분을 더 봤구나. 알고 보니 나라는 놈 괜찮구나.'
"앞으로는 남의 눈치 보면서 살지 않겠다"
정확하게는, 나의 부족함에 매몰돼 아쉬워하기만 하지 말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안식년을 통해 내 커리어 전반기를 돌이켜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를 좀 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럴 수 있는 여유와 시각을 얻는 시간이었다.
작가가 말한 '휴식'이 줄 수 있는 가치에 상당히 공감을 했다. 나 또한 작년 연말에 미처 못 쓴 연차를 몰아서 사용하느라 9일을 내리 쉬었는데, 이때 커리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정돈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를 돌아보자면, 상반기에는 일이 많아서 다른 생각할 틈 없이 달렸고, 하반기에는 파트 변동이 있어서 적응하느라 한껏 불안하고 예민한 시기를 보냈다.
그렇기에 연말의 이 휴식은 더욱 소중했다. 나는 9일의 휴식을 성과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 해 동안 해결했던 과제들, 그 과정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회고하게 되었다. 이때 한기용 작가가 마치 "나라는 놈 괜찮구나"란 생각을 한 것처럼, 나 또한 "여유를 가져도 되겠구나, 9일 정도 쉬어도 되겠다."란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다. 그러면서 몇 가지 고민거리들이 해소되고, 새해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경험이 많을수록 현명해진다'는 착각
한기용 작가는 '경험이 많을수록 현명해진다'는 착각을 언급하며, 실패와 상처가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꼬집기도 한다. 연차가 쌓여가고 나이가 들어가면 성숙한 사람이 되어 일도, 관계도 능숙하게 잘할 것이라 막연하게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런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상처의 쓰라림을 통해 배움을 얻고 더 현명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도 하지만 상황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상황 탓만 하는 경우도 적잖다.
'경험이 많을수록 현명해진다'는 명제는 꼭 성립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며 경험을 쌓아가는 동안 긍정적인 경험도 하지만, 그만큼 실패와 상처도 쌓이기 때문이다.
Action Item 첫 번째, 피드백 요청하기
매니저에게 나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묻고, 커리어 발전을 위해 지금 단계에서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피드백을 청할 수 있다. 좀 더 가볍게, 그러나 분명하게 대화하는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
재작년에는 매 분기마다 상사에게 강점과 약점 등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해서 나를 개선하는 작업을 지속했었으나 작년에는 정신없고 바쁘다는 이유로 피드백 요청을 미루었고 결국 정체되는 듯한 경험을 했다. 피드백 요청이란 것은 부정 평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작년에는 용기가 부족했나 보다.
다행히 책의 해당 파트를 읽으며 자극을 받았고, 며칠 전에 있었던 매니저와의 새해 면담에서 작년 한 해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었다. '작년에 내가 어떤 점을 잘했고, 어떤 점이 부족했으며,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고, 회사가 바라보는 나라는 인재는 어떤 인재인가'에 대한 답변을 요청드렸다. 책을 읽고 액션 아이템 하나를 실행한 셈이다.
안식년이 아니라도 잠시 멈춰 회고하는 시간 가지기
혼자 걷다가, 책을 읽다가, 지인들을 만나 잡담을 하다가 과거 나의 행동과 감정이 떠오르며 내 안의 상처를 깨닫는 순간이 온다. 인식하고 치유하고 나니 당시 고통스럽기만 했던 시간들이 유의미한 경험으로 전환됐다. 커리어 후반에 접어드는 내게 밑거름이 되기 시작했다. 상처로만 남지 않는다면 모든 경험은 이로울 수 있다.
현명해지고 싶다면 스스로 치유할 줄 아는 어른이 돼야 한다.
내 삶의 리더십을 회복할 때
커리어 하반기는 저절로 완성되지 않는다. 쉼 없이 일한다고 저절로 커리어가 쌓이는 게 아니다.
커리어 초반부터 저 끝까지 어떻게 슬기롭게 궤적을 그려 나갈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기준을 수립하는 작업을 해 보길 바란다. 그래야 삶의 리더십을 살릴 수 있다. 리더십을 일으킬 때 기나긴 여정을 무사히 나아갈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대해 몇 가지 질문이 생겼다.
- 나에게 있어 커리어는 무슨 의미인가?
- 현재의 커리어를 시작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내가 커리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목표는 다음과 같다.
- 10년 뒤에 컴퓨터 공학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
- 10년 뒤에 업계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
커리어에 대한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가 필요에 의해 나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단한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춰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포부가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이끄는 것은 아니다. 많이 배우고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일'에 매몰되어 공동의 성장이 아닌 나만의 이득만을 고집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런 모습으로는 당연히 회사 생활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태도와 방향의 재설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물음이 뒤따랐다.
그럼 내가 꿈꾸는 '10년 뒤'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미 그 길을 걸어온 다른 10년 차, 20년 차 선배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네트워킹을 통해 회사 밖의 선배들을 만나 나의 목표와 고민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또 새해 면담에서 매니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몇 가지가 있었다.
1. 10년 차까지는 회사에서 주어진 일과 프로젝트들을 잘 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2. 10년 차까지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10년 차까지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경험하고 갈등하며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네트워킹을 하고 다양한 조직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3. 내가 우려하고 있는 기술력과 전문성의 싸움은 사실 10년 차부터 진짜 시작이다.
그러면서 10년 차부터 할 고민을 너무 일찍부터 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선배들은 하나같이 '사서 걱정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한기용 작가는 '커리어 하반기'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이 '커리어 하반기'가 중요한 화두라고 전하며, 수많은 직장인들이 중년의 위기에 대해서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커리어 하반기를 잘 보내는 방법 몇 가지를 전달한다.
1. 커리어 하반기에는 나 자신에 더 집중하자
-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상처를 갖고 있는지 여유롭게 되짚는다.
- 남의 이목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남들이 알아주는 유명한 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한다.
- 긴 호흡으로, 또 나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바라본다.
2. 잘하는 걸 해볼까 <<< 좋아하는 걸 해볼까?
이 일을 안 하면 여든 살이 됐을 때 후회할까?
40대 중반 이전, 커리어 전반기에는 나의 관심사 위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배우고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커리어 후반기에는 본인이 잘하는 일 중심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는 전략이 어떨까.
3. 커리어상 기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회복 탄력성' (resilience)
역경을 경험했거나 경험하면서도 이전의 적응 수준으로 돌아오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좌절하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서는 힘이다.
남 보기 좋은 이력서를 유지하느라 급급하기보다는 본인에게 훨씬 중요한 가치를 좇아야 한다.
요즘 커리어의 방향성은 위, 아래, 옆으로 모두 트인 정글짐에 가깝다. 그러니 잠시 멈추거나 일보 후퇴하는 것처럼 보여도 더 행복하게 일하고 성장할 수 있다.
아마 이 내용은 많은 저연차 사람들에게 가장 도움 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주니어 시기에는 빠르게 점프하고 싶은 마음에 남들보다 중요하고 획기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욕망을 갖기 마련이다. 아마 지루하고 인내심이 필요한 그 처음의 과정들이 주니어 연차에게는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커리어 그래프도 순간순간의 등락이 존재하지만 지속적으로 우상향 하는 평균 회귀 그래프처럼 그려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하게 작은 돌을 쌓아나가며 전보다 성장한 시니어 연차를 맞이하고 싶다.
- 커리어상 기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 낙관적인 자세와 회고하는 습관 장착하기
- 내 인생을 내가 바라는 대로 살아가는 것. 내 삶의 리더십을 되찾자.
Action Item 두 번째, 주기적 회고하기
1월부터 하루 회고를 진행하고 있다. 회고 내용으로는 크게 좋았던 일 / 아쉬웠던 일 / 내일 시도해 볼 것들을 정리한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하루 단위를 확장해보고 싶어졌다. 주 / 월 / 분기 단위까지 넓히고, 일감이 끝날 때마다 과정과 결과에 대해 회고해보고 싶다. 이렇게 나에 대한 데이터를 쌓다 보면 나만의 평균 회귀 그래프가 더 와닿지 않을까. 어제보다, 지난주보다, 지난달보다 더 성장했음을 체감해 나가면서 올 한 해를 보내고 싶다.
글 하나로 한 권의 리뷰와 액션 아이템을 정리하고 싶었으나, 1장만 해도 기록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져서 글은 이만 줄이려고 한다. 저연차 / 고연차 상관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아끼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직장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한기용 작가의 '실패는 나침반이다'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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